사법·시민권리
검찰청은 사라지는데, 미제 사건은 어디로 갑니까
10월 2일 형사사법체계 전환을 앞두고 검찰의 미제 사건 상당수가 경찰과 새 수사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과부하 상태인 경찰이 이 사건들을 감당하지 못하면 수사 지연의 비용은 피해자와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권한은 나눌 수 있지만, 시민의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까지 흩어져서는 안 됩니다.
먼저 확인된 사실
오는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형사사법 현장의 긴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말 전국 검찰청에 계류된 미제 사건은 14만 건을 넘었고, 8월 말에는 16만5천 건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제도 전환 시점까지 사건이 정리되지 못하면 최대 20만 건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사건을 넘겨받을 경찰 역시 이미 과부하 상태입니다. 지난해 경찰 수사관 한 명이 접수한 사건은 연평균 133.8건으로 2021년보다 32.7% 늘었습니다. 정부가 인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누적된 부담과 대규모 이관 사건을 단기간에 함께 처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사건 하나마다 기다리는 시민이 있습니다
‘미제 사건 20만 건’은 행정기관이 처리할 서류의 숫자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피해를 신고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 억울함을 풀지 못한 고소인, 신속한 판단을 받지 못하는 피의자와 가족이 있습니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 증거가 사라지고 기억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며 피의자 역시 장기간 불확실한 상태에 놓입니다. 수사 지연은 모든 시민이 적정한 절차를 보장받을 권리와 직결됩니다.
개혁의 속도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임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수사·기소 기능의 조정은 필요하게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제도의 문제가 준비되지 않은 새 제도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정치가 조직의 간판을 바꾸는 데 성공하더라도 수사 지연과 책임 공백이 생긴다면 성공한 개혁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기관 사이에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이송되고 보완수사 요구가 누적되면 시민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권력을 분산하는 것과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질문
- 현재 검찰에 남은 미제 사건과 실제 이관 대상은 각각 몇 건인가
- 검찰·경찰·중대범죄수사청은 어떤 기준으로 사건을 나누어 맡는가
- 사건 이송 과정에서 수사와 공소시효 지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 피해자가 자기 사건의 담당 기관과 진행 상황을 확인할 통합 창구가 있는가
- 전환 이후 사건 처리기간과 피해자 권리구제 실적을 공개할 것인가
시민이 지켜볼 점
- 최대 20만 건이라는 전망과 정부가 확정한 실제 미제·이관 사건 수를 구분해 공개하는가
- 시행일을 맞추기 위해 사건을 무리하게 종결하는 일이 없는가
- 경찰과 새 수사기관의 인력·예산·전산망이 실제 사건량에 맞게 준비되는가
- 사건 처리기간과 재수사·보완수사 요구 추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가
씨드의 관점
씨드는 검찰 조직을 지키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검찰 권력도 통제받아야 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민의 사건을 처리할 준비 없이 조직부터 없애는 방식은 개혁의 비용을 가장 힘없는 시민에게 떠넘길 수 있습니다.
검찰청이라는 이름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를 수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까지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형사사법 개혁의 마지막 기준은 검찰도 경찰도 정치권도 아니라 자신의 사건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시민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