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연금
월 468만원 벌어도 기초연금…'하후상박' 개편 막판 진통
정부가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 연동 방식으로 바꾸고 저소득층 급여를 더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방향은 ‘더 어려운 노인에게 더 두텁게’이지만, 누가 얼마나 새로 제외되는지와 경과조치는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기초연금 개편의 기준은 ‘몇 명을 줄였는가’가 아니라, 가장 어려운 노인의 빈곤을 얼마나 낮추면서도 일하는 노인을 벌주지 않는가여야 합니다.
먼저 기사 속 ‘월 468만원’의 뜻부터
2026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원, 부부가구 월 395만2천원입니다. 여기서 비교하는 것은 월급 자체가 아니라 근로소득 공제와 재산의 소득환산 등을 거친 ‘소득인정액’입니다.
기사의 월 468만원 사례는 다른 소득과 재산이 없는 단독가구가 근로소득 기본공제 116만원과 추가 30% 공제를 적용받는다는 가정에서 나온 계산입니다. 월급 468만원인 모든 노인이 자동으로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도의 문제를 판단하려면 자극적인 총급여보다 실제 소득인정액, 주거비·의료비, 가구 형태를 함께 봐야 합니다.
정부가 검토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연합뉴스가 전한 검토안은 2027년 기준중위소득 90% 이하에서 시작해 2030년 80% 이하로 대상을 좁히는 구상입니다. 지급액은 소득 구간별로 차등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발표가 연기된 만큼 최종 정책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 현재의 소득 하위 70% 목표를 단계적으로 기준중위소득 연동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
- 저소득층의 기준연금액을 먼저 올리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구간은 인상 폭을 낮추거나 동결하는 방안
- 저소득 부부의 감액을 줄이고 일부 저소득 직역연금 수급자까지 보호하는 방안
- 근로소득 공제와 재산 환산 방식 등 소득인정액 산식을 함께 조정하는 방안
하후상박의 방향은 타당할 수 있습니다
2026년 기초연금 관련 중앙·지방 예산은 27조원을 넘습니다. 한정된 재원을 가장 빈곤한 노인에게 더 집중하는 것은 책임 있는 복지의 한 방식입니다. 실제 수급자의 대다수는 선정기준액보다 훨씬 낮은 소득인정액 구간에 있습니다.
같은 금액을 넓게 나누는 방식만으로는 노인 빈곤을 충분히 낮추기 어렵습니다. 주거·의료 부담이 큰 저소득 노인의 급여를 우선 높이자는 방향은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70%를 줄이는 개편’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기준을 바꾸면 경계선 바로 위아래에서 생활 형편이 비슷한데도 한쪽은 전액을 받고 다른 쪽은 받지 못하는 절벽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을 조금 더 하거나 작은 재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급여가 크게 줄면 근로와 저축을 벌주는 결과도 낳습니다.
정부는 개편 전후 수급자 수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소득·재산·지역·가구 유형별로 누가 제외되고 누가 더 받는지 공개해야 합니다. 기존 수급자의 경과조치, 단계적 감액, 이의신청 절차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시민이 확인해야 할 네 가지 숫자
이 수치가 없는 ‘하후상박’은 구호에 머뭅니다. 시민이 손익과 효과를 재현할 수 있는 계산표를 공개해야 정책 신뢰가 생깁니다.
- 개편으로 새로 제외되는 사람의 수와 실제 생활수준
- 소득 하위 20%의 가처분소득과 노인빈곤율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 근로소득이 늘 때 기초연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보여주는 실효 한계세율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부담할 장기 재정 규모
시민이 지켜볼 점
- 정부 최종안이 소득 하위 70% 기준을 언제, 어떤 기준중위소득 비율로 대체하는가
- 기존 수급자와 경계선 가구에 단계적 감액 또는 경과조치를 두는가
- 근로소득 공제 조정이 일하는 고령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지 않는가
- 수급자 감소 규모뿐 아니라 노인빈곤율 개선 효과와 지방비 부담을 함께 공개하는가
씨드의 관점
씨드는 복지를 넓게 약속하는 것보다 도움이 가장 절실한 시민에게 충분히 도달하게 하는 ‘작지만 유능한 국가’를 지향합니다. 그러므로 저소득 노인에게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방향은 원칙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 절감이 먼저 정해지고 기준을 사후에 맞추는 방식은 곤란합니다. 규칙은 누구에게나 명확하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탈락으로 삶의 계획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환 기간과 권리구제 절차를 보장해야 합니다.
좋은 연금개혁은 세대와 소득집단을 서로 적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빈곤 완화, 일할 유인, 재정 지속가능성을 같은 표 위에 올리고 시민에게 선택의 비용까지 설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