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 논평
검찰청 폐지는 개혁의 끝이 아니라, 권력 이동의 시작입니다
검찰의 간판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국가 수사권력을 시민이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묻습니다.
오는 10월 2일,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끝납니다.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바뀌고 중대범죄 수사는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갑니다. 검사는 더 이상 사건을 직접 인지해 수사하거나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게 됩니다. 한국 형사사법체계의 큰 전환입니다.
이 변화의 출발점에는 검찰 권력에 대한 오랜 불신이 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이 동시에 쥐면서 표적수사, 별건수사, 과잉수사, 선택적 기소의 위험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민주주의가 위험해진다는 문제의식은 정당합니다. 수사와 기소를 조직적으로 분리하려는 개혁도 그 문제의식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민의 질문은 여기서 끝날 수 없습니다. 검찰의 권력을 줄이면 그 권력은 어디로 갑니까. 수사권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경찰과 중수청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므로 검찰청을 없앴다는 사실만으로 국가의 수사권력이 민주적으로 통제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보완수사권 문제는 진영 논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2026년 7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1%, 전면 폐지는 23%였습니다.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 성향 응답자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고, 민변 회원 설문에서도 일부 또는 전면 존치 의견이 67%였습니다.
이 결과를 ‘국민이 검찰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읽는 것도 잘못이고,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의 목소리’라고 치부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시민들이 묻는 것은 현실적입니다. 경찰이 내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하면 누가 다시 살펴보는지, 공소시효가 임박했는데 보완수사가 필요하면 누가 책임지는지, 권력자 사건을 수사하는 중수청이 행정부의 눈치를 보면 누가 막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개정법은 보완수사요구권,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구권, 피해자의 이의제기와 기록 접근, 강제수사 영상녹화 등의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아무런 통제장치도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하지만 이 장치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대체할 만큼 빠르고 강하게 작동하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씨드는 검찰청 폐지를 찬성과 반대의 상징전쟁으로만 보지 않으려 합니다. 검찰개혁의 정당성은 검찰이라는 조직을 얼마나 약화시켰는지가 아니라 시민의 자유와 권리구제가 실제로 얼마나 강화됐는지로 평가해야 합니다.
검찰의 권력을 경찰에 넘기는 것만으로 개혁이 완성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 기관의 독점을 여러 기관의 상호견제로 바꾸고, 어느 기관도 시민 위에 서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개혁이어야 합니다. 억울한 피해자는 사건을 다시 검토받을 수 있어야 하고, 무고한 피의자는 과잉수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권력자도 예외 없이 수사받아야 합니다.
10월 2일은 논쟁의 결론이 아니라 시민의 검증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씨드는 사건 처리기간, 보완수사요구 이행률, 경찰 불송치 이의신청 결과, 중수청의 권력형 사건 수사, 피해자 구제율을 계속 추적해야 합니다. 권력이 이동하는 곳에 시민의 감시도 함께 이동해야 합니다.
검찰청은 사라집니다. 그러나 수사권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을 지킬 것인가 없앨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이 아니라 ‘새로운 수사권력을 시민이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입니다. 그것이 씨드가 이 사안을 특별브리핑으로 다루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