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 시민브리핑 03

대통령의 재판은 멈췄지만, 책임까지 멈춘 것은 아닙니다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왜 중단됐을까요? 헌법 제84조의 한 문장과 엇갈린 해석, 다섯 재판의 현재 상태를 시민의 눈으로 풀었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현직 대통령의 다섯 형사재판은 법원이 재판기일을 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멈춰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죄판결도, 공소기각도, 사건의 소멸도 아닙니다. 혐의와 방어 주장은 아직 법정에서 최종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논쟁은 헌법 제84조의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문장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소추’가 새로 기소하는 행위만 뜻하는지, 이미 시작된 재판의 계속까지 포함하는지를 헌법과 법률이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해석이 갈립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재명 대통령 취임 뒤 법원들은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의 기일을 차례로 ‘추후 지정’했습니다. 2025년 7월 22일 수원지법이 마지막 남은 사건의 기일도 미루면서 대통령이 피고인인 다섯 재판이 모두 멈췄습니다.

  •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사건
  •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헌법 제84조는 무엇을 말합니까?

헌법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목적은 형사절차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국정의 연속성을 흔드는 일을 막는 데 있습니다.

다만 조문에는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지, 멈춘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는지 적혀 있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에도 이 경우를 직접 규정한 일반 조항이 없습니다.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해석

  • ‘소추’를 기소 순간만이 아니라 국가가 형사책임을 묻는 절차 전체로 보아야 헌법의 국정 안정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 여러 형사재판에 대통령이 반복 출석하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사실상 방해받을 수 있습니다.
  • 면책이 아니라 임기 중 잠시 절차를 미루는 것이므로, 임기 뒤 재판을 재개하면 책임 원칙도 지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는 반론

  • 헌법이 ‘재판’이 아니라 ‘소추’라고 쓴 만큼, 취임 전에 이미 기소된 사건을 법원이 심리하는 일까지 막는다고 넓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 대통령 취임 전의 행위에 대한 재판까지 자동 중단하면 선거가 형사책임을 피하는 통로처럼 보일 수 있고 법 앞의 평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 행정부의 안정보다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재판할 헌법상 책임도 중요하므로, 중단이 필요하다면 국회가 일반적 법률로 기준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재판 중단이 뜻하지 않는 것

  • 다섯 사건이 무죄로 확정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공소가 취소되거나 사건이 법원에서 사라졌다는 뜻도 아닙니다.
  • 헌법재판소가 ‘진행 중 재판은 반드시 멈춘다’고 확정 판시한 적도 없습니다. 94헌마246 결정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퇴임 뒤 소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미 시작된 재판의 중단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 공동피고인의 재판까지 모두 멈춰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법원은 사건을 분리해 다른 피고인의 재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씨드는 이렇게 봅니다

대통령이 여러 재판에 계속 불려 다니면 국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직이 개인의 형사책임을 지워 주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보호해야 할 것은 대통령이라는 사람보다 국민이 맡긴 대통령의 직무입니다.

임기 중 재판을 일시 정지할 수 있더라도 기록과 증거를 보전하고, 임기 종료 즉시 자동 재개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수사기관·검찰·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개적 통제도 필요합니다.

다음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특정 대통령의 유불리에 따라 매번 해석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국회가 충분한 공론과 헌법적 검토를 거쳐 모든 미래 대통령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을 미리 만들어야 합니다.

  • 중단 대상과 예외 범위를 명확히 정하기
  • 사건기록·증거의 보전과 공소시효 문제를 명확히 하기
  • 공동피고인과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함께 보호하기
  • 임기 종료 즉시 재판이 자동 재개되도록 하기
  • 대통령의 수사·기소기관 개입을 막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시민이 지켜볼 점

  • 각 재판부가 기일을 다시 지정하거나 상급심이 중단 기준을 판단하는지
  • 헌법 제84조의 적용 범위를 명문화하는 법안이 다시 추진되는지
  • 임기 중 사건기록과 증거, 증인의 기억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하는지
  • 공소시효 문제와 임기 종료 뒤 자동 재개 절차를 일반적 규칙으로 마련하는지
  • 분리된 공동피고인 재판의 판단이 대통령 사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 대통령과 행정부가 수사·기소기관의 인사와 사건 처리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는지